편지보다 쪽지가 주는 느낌은 참 강하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긴 문장이 주는 자상함보다는 한 낱말의 단출함이 긴 울림으로 남는다.
때로는 환희를
때로는 환멸을 주기도 하는
짧은 언어들이다.
그 중에서 말문을 막아버리는 말은
나의 뺨을 후려친 것처럼 나를 쓰러지게 한다.
알아서 뭐해.
몰라도 돼.
됐네요~
어쩌라구
나 그런 놈이야.
나 원래 그래.
가.
가장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몰라도 돼'이다. 나는 그랬다.
기쁨을 주는 짧은 언어는
긴 여운과 함께 따스한 온기까지도 남아 있다.
아는 언니에게는 좋아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물론 존경하는 교수님이시다.
우연히 언니의 수첩에 쪽지가 꽂힌 것을 보았다.
언니가 집에 다니러 갈 때마다 네 글자의 글을 주셨다.
언니는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몇 장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잘 다녀 와.'
네 글자이다. 세로로 쓴....흐르고 있는 마음이 보이는 그 무엇.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내가 감동을 받았으니
언니는 오죽 했으랴.
과 사무실에서 교수님의 연구를 돕기 위해 일을 했다.
평소에 과묵한 성격이신데...
가끔 전할 말이 있을 때, 언니가 부재시 쪽지를 남겼다 한다.
'먼저 간다.'
'잘 들어 가.'
'열심히 해.'
그리고 '잘 다녀 와.'
짧은 언어가 주는 강렬함은 사랑의 정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그렇다.
짧은 언어의 낱말 하나가 뇌리에 콕 박힌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나는 이런 말을 잘 못 한다.
글은 짧지만 말은 자세하게 해 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오해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괜찮다.
'응'
'그래'
'알았어.'
'간다.'
'이리 와 봐.'
'밥은?'
'고생했어.'
'화이팅'
'참'
'잘'
이 중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응'이다.
단호하여 차가운 듯하나
한없이 푸근하고 긴 여운을 주는 긍정의 언어이다.
'응'
시간이 흐를수록 자세할 부분에서 점점 간단해지고 있다.
간단해도 되는 마음에서는 장황해지며 너저분해진다.
말과 글의 통함은 제대로, 온전히 마음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친 듯하나 보드랍고,
순간, 와락 껴안은 포옹과 같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언어의 매력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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