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한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
지난 편에 이어 계속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편을 읽지 않은 분들이 지금 이 글이 생소하시겠지요. 글의 내용이 현재형으로 보이겠지만 이미 3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하루를 앞두고 썼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바보였기에 명품이었던 사람 ‘노무현’ 2」◀(링크 클릭)을 먼저 읽으시고 이 글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기 좋아하는 자들로써는 분명히 노무현이 탓으로 돌릴 것입니다.
5공 청산 과정에서 뭇매를 맞았던 집단과, 어차피 5공과 함께일 수밖에 없는 광주항쟁의 폭력집단이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기 때문에 그들을 사회악으로 규정지어져버린 사건의 핵심이랄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든 속죄양으로 만들려
할 것입니다. 두 개의 청문회를 통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세상이 알기 시작했고 대통령에 이르렀으며, 이제 막강한 권력의 정점에서 향리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그들이 과연 편하게 놔 줄 것이냐를 생각하면 저는 ‘절대로 아니다’라 봅니다.
5공 청산과 광주항쟁을 국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며 당시 노무현 통일민주당 의원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집어 던지며, “증인은 위증하지 마시오.”라 한다는 것이 “죄인은 위증하지 마시오!”라 고함을 질렀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지루하게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는 일이다”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던 시청자들을 후련하게 했던 사건은 유장한 역사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민주적 항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과거로의 회귀를 은밀하게 획책하는 집단에서 조장하는 사회상을 살펴보면 근절될 수 없었던 불씨들이 도처에서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사회는 병들 수밖에 없고, 불신과 저급문화의 파급으
로 수반되는 범죄들이 은밀하게 싹을 틔우게 됩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사회구조에서 불신과 넘쳐나는 값싼 저질품이 시장을 점령하게 되는데, 그걸 파는 상인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구입해 줄 소비자가 없게 됩니다. 이미 병들어버린 사회구조를 깨트리지 않고는 치유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이 시점에서 왜 김영삼 문민정부를 통해 김대중 문민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정부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었으면서도 치유하지 못했느냐고 할 이들이 많을텐데요, 이 부분은 문민정부의 탄생으로 돌아가야 해명이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민주당이라고는 하지만 두 개로 갈라진 민주당을 통해서였습니다. 김영삼씨가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과, 김대중씨가 총재로 있던 평화민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렇게 갈라진 두 개의 민주세력이 결집을 못한 탓에 위의 두 개의 청문회도 지지부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5공 청산을 일부는 완성하고 일부는 청산하지 못한 상태로 여소야대의 국회구조를 깨트려 국정을 주도하고자 했던 노태우 정권으로 김영삼씨와 김종필씨가 역사에 오점을 남긴 군부독재의 잔재인 민정당과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이란 괴물이 부린 씨가 김을 매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직전인 1989년 여름이었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제법 많은 젊은 정치인들이 양대 민주진영을 통합하자고 나섰던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들도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은 당연히 통합할 줄로 알았었고요. 그러나 김영삼씨는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오로지 먼저 대통령이 될 욕심으로 군부의 잔재인, 살아있는 5공의 핵심이고 광주의 가해자인 노태우 정권과 손을 잡았던 것입니다. 1990년 신정을 막 지낸 직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남의 민주세력이 대부분 김영삼씨를 따라 민자당으로 가버리고 외톨이로 탈당을 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그때부터 가시밭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되었던 젊은 노무현 의원은 스스로 상당히 어려운 일들도 많이 겪었을 것입니다. 회유도 많았을 것은 분명한 일이지요.
동지라 믿었던 영남의 정치세력들의 배신은 그 어떤 고통보다 더 큰 상처로 남았을 것입니다.
이 나라의 역사를 3국통일 이전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인 2당 합당의 후폭풍은 현재형이며, 우습게도 고구려와 백제, 신라로 나뉘어 있던 통일신라 이전의 한반도의 정치판과 닮은꼴이 되고 만 것입니다.
정치세력이 여당과 야당이 아니라 분열과 이합집산으로라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양상으로 바뀐 희대의 사건이었고, 이 나라 정치판도에 기회주의자들을 양산하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군부를 무력화시키고 만들어준 기회를 발로 차버린 기회주의자들로 인해 다시 군부 잔존세력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되는 악순환을 만든 것입니다. 그들이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빨갱이”란 말인데요. 이게 그들에 반하는 세력이라 판단되면 어김없이 뒤집어씌우는 족쇄입니다.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세력들이 만들어내는 유언비어에 회유된 이들에겐 민주주의란 유연성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입기 불편한 옷처럼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민주주의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는 세력이 내세우는 정치적 구호와 같은 “좌파용공세력”이라는 말이 이 사회 저변에 정당한 자유를 시민으로부터 박탈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어이없는 일들에 길들여지게 되면, ‘광장’은 다시 폐쇄되고 밝은 햇살은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 주나라 厲王(여왕)의 일화가 있습니다.
여왕의 폭정에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갔지만 왕은 여론을 무시하고 엄벌로 여론을 다스리려 했습니다. 가혹하고 혹독한 폭정에 백성들은 서로 말을 나누지 못하고 누가 고자질을 할지를 살피게 되고 만 것입니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여왕이 신하 소공을 불러 은근히 자랑을 해댑니다.
“보라. 강압정책을 쓰니 백성들이 조용하지 않은가.”
소공이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입을 막아버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성들의 입을 일시적으로는 막은 듯하나, 실상은 흐르는 강물을 막은 것과 같이 위험한 일입니다. 막힌 강물이 둑을 무너뜨리는 순간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납니다. 백성들의 입은 이 막힌 물과 같아 사건이 발생하는 날에는 곤란에 처할 것입니다. 그러니 물을 제대로 다스리려는 사람은 물길을 열어두어 흐름이 순조롭게 해야 하며, 백성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백성들이 편하게 말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명박씨만이 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여론이 두렵습니다.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한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바누아투라는 섬나라에 사는 이들이 하는 철학적인 말입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중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겠습니까? 분명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진실만 말을 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제가 하는 이 말의 진위가 가려질지는 지금 이 시간 사람들은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분명히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국민들로부터 “그건 아니다”란 평가를 받을 때면 ‘지난 정부가 했던 일이다’고 하고, ‘노무현 탓’으로 돌릴 집단에 의해 얼마나 더 난도질을 당해야 할까요?
이제 하루만 그 자리에 있으면 그리운 고향으로 자유롭게 돌아갈 노무현 대통령은 소풍을 앞 둔 아이처럼 기분이 들떠있을 입니다. 하기 싫은 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섭섭하지 않고 후련하다 싶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앞으로도 2~3회 더 소개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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